나의 학부 생활 | MANIFES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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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이 글은 2025년 6월 4일에 작성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이전

중학교 1학년쯤 나에게 대학교 로망이 딱 하나 있었다면, '학교에서 밥 먹으러 줄을 서있는 와중에 친구와 전공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더 지적인 사람이 되어있고 싶었고, 돌아보면 그 꿈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수없이 이루어졌다.

다만 당시에는 내가 대학교의 어떤 학과에 가고 싶은지에대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고, 그저 마인크래프트와 큐브, 그리고 영상 만들기를 열심히 하면서 살았다.

당시 부모님이 항상 좋게 보신 건 아니었지만 매일 큐브와 관련 대회, 모임, 행사 참여와 주최에 열중했던 경험은 내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은 신의 한 수였다.

고등학교

덕업일치

큐브를 하다가 만난 친구를 통해 타지의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이는 내 인생의 두 번째 챕터의 시작이었다.

그 고등학교에서 새로 알게 된 것들 중 하나는, 이 세상에는 그냥 무언가가 좋아서 몰두하다보니 그것이 직업이 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사법고시처럼 '나는 당시 수험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지만 버텼다'는 말이 무용담으로 도는 루트와는 반대되는 것이 매력적이었고

나도 그런 식으로,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직업으로까지 이어지는 방향을 꿈꾸기 시작했다.

변화 1 - 수학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년간은 나의 여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여러가지 중대한 사건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당시 그 수학 선생님을 만난 것이었다.

수학1 지수와 로그부터 시작해, 수학을 공부할 때 어떤 느낌과 순서로 개념과 정의를 이해해나가야 하는지 처음 느꼈다.

이를 계기로 수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이후 심야자습시간에 친구와 연속의 개념에 대해 얘기하던 순간은

과거에 수학학원 가기 싫다고 불평만 하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변화였다.

당시 롤의 정리 증명 내용을 대충보고 넘기거나 교과서에 나온 벤포드의 법칙을 기억도 못하는 등 하자가 많았지만

수학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여 들을 수 있게 되는, 개과천선 수준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2학년을 마치기 전 미분과 편미분을 주제로 세특 내용을 고민하며 친구들을 통해 선형회귀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경사하강법으로 여러 점들 사이에서 직선의 형태를 찾아낸다는 것을 이해했을 때, 나는 이것이 내 길임을 직감했다.

적당한 수학, 현실 데이터, 계산. 이것이 향후 나의 방향에 기반이 된 가장 기본적인 테마였다.

변화 2 - 코딩

중학교 3학년일 때 C언어를 같이 공부할 생각이 없냐고 지나가며 물어본 친구들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프로그래밍이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막연함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직전 2월 말쯤에 파이썬을 처음 써보기 시작했다.

변수와 함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된 후에 처음 해본 것 중 하나가 타이타닉 데이터셋을 이용한 선형회귀였고

그것을 활용해 3학년 1학기에는 반 친구들에게 설문조사와 로지스틱 회귀를 통한 세특용 발표를 했다.

당시 레퍼런스로 삼았던 한글로 쓰여진 논문 하나와 여러 나무위키 문서, 블로그 글들을 읽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끝내 회귀분석을 수행해내는 과정이 재밌었고

생각해보면 대학교에서 조별과제로 설문조사와 통계패키지 사용을 시키는 것과 흐름이 대충 비슷했다.

변화 3 - 개발

3학년이 되어 수능을 보았다.

수능이 끝난 후에는 내가 어떤 학교 어떤 학과를 가게 될지 모르니 고민이 많아졌고

일단 희망대로 경영학을 전공할 수 있다고 가정한 후 (향후 창업에 도전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개발을 배우고 싶었고

그래서 당시 앱/웹 개발에 상당한 능력치가 있던 친구가 수능 직후 하던 것을 따라 플러터를 시작했다.

크로스플랫폼이니 웹과 앱 화면을 띄워보고, Firebase 이용해서 소셜 로그인과 db 연결 등등을 해봤다.

같은 시기에 실감도 탄생했다.

수능이 끝났는데도 친구와 심야자습실에 앉아서 기능들을 구상하고, 기숙사 침대 위에서 수능 커뮤니티에 보내볼 이메일을 내용을 쓰곤 했다.

2022-02-27 2022-02-28

서울로 막 올라온 2022년 2월. 수능 직후에 시작했던 플러터로 큐브 전용 스톱워치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타협 없이 살기

1학년 2학기에 갑자기 내신 성적이 잘 나왔던 것을 계기로, 고등학교에서는 내 스스로를 몰아붙여보기 시작했다.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일에 대해서는 내 몸이 힘들더라도 타협하지 않으면 어떤 성취가 가능할지 궁금했고

그래서 '내 몸이 힘든 게 무슨 상관이냐, 더 발전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어떤 친구는 내가 기숙사에서 새벽에 세탁기 앞에 서서 공부를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발전의 여지가 있다면 무조건 잡고 싶었고, 항상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계층 이동을 하고 싶었다. 이 고등학교 이상으로의 이동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성인이 되었다.

20살, 1학년: Decentralization (2022)

대학원

한양대학교 경영학부로 진학하게 됐고, 입학 전에도 대학원을 진로로 생각하고 있었다.

별 다른 이유는 아니었고, 현재의 전공이 무엇이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사이언스를 목표로 하고 싶었다.

이 분야는 취업을 하려면 대학원이 필수라는 얘기가 그때도 만연했기 때문에 막연히 목표로 생각한 것이었고,

구체적으로 가고 싶은 연구실이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입학 전에도 알고 지내던 지인을 통해 한양대의 다중전공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내가 입학한 해부터 데이터사이언스학부도 다중 전공도 모집 예정이라는 걸 알고 입학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 다중전공을 하며 공대 대학원에 가고, 전문연구요원 복무하기 < 이게 막연한 목표였다.

동아리, 수강신청

대학교 첫 개강 전에 당시 경영대 학생회장님께서 온라인으로 입학 안내 및 학과 동아리들 소개를 해주셨다.

내가 생각하던 진로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동아리가 없어보여서 그냥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보통은 그냥 놀기 위한, 또는 학과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후 수강신청은 원하던 대로 흘러갔다. 특히 고전읽기 영역 과목인 논어 수업을 1픽으로 잡는 데 성공했다.

다만 향후 다중전공 신청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미분적분학1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그건 결국 하지 못했다.

음주

중학교에서 친했던 친구들이 성인이 된 후 모두 서울로 오게 돼서 만나곤 했는데, 다들 술...을 넘어 주류를 즐기는 인물들이었다.

근데 난 술을 안 마셨음... 이게 다른 이유가 아니고, 술을 마시고 술 자리에 빠지면 내가 좋아하는 생산적인 삶을 사는 게 안될 것 같아서였다.

2023-02-12

아무튼 신림동의 친구 자취방에 넷이 모여서 (나는 빼고) 친구들이 다같이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고 하는 걸 옆에서 보고, 칵테일과 위스키들의 향만 맡아보면서 주류들에 익숙해지기는 했다. 단 한 모금도 안 마셨지만.

공강

2022-03-04 2025-11-06

좌측은 2022년 3월 4일, 우측은 2025년 11월 6일. 3년 만에 가봤는데 대충 저 자리였던 것 같다.

인생 첫 개강 후 1주차 금요일 공강 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첫 학기는 금요일에 약 4시간의 공강이 있었는데, 1주차에 나는 그 시간을 같이 보낼 사람이 없어서 경영관 학습실에 갔다.

왜냐하면 당시 공대로 진학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듣는 대학교 미적분 강의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학생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점심도 안 먹고 엡실론 델타에 대한 강의 자료를 무작정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후에는 이런 공강 시간에 다른 수업 과제 또는 수업 교재를 미리 읽는 등 전공 수업들에 필요한 일들을 했다.

친구가 없어요

특히 말과글 수업 첫 한 달 동안은 신입생들끼리 다들 서로 모르는 느낌이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뭔가 서로 친해져 있다는 게 느껴져서 (동아리를 하나도 안 한 것이) 실수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갑자기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거나 그러진 않았고, 여전히 딱히 하고 싶은 단체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혼자 다녔다.

나는 항상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이 무엇인지만 생각하고 거의 모든 수업을 혼자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모두가 이렇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경영의 이해 같은 조에 두 형과 좀 친하게 점심도 거의 매주 같이 먹고 한 게 유일했다.

대신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시간들이 있었다. 노래방도 가고 했지만 그게 1학년 1학기에 다 합쳐도 10번이 안 됐을 듯

그러면서 송도에 자주 놀러갔는데 그래서 트리플스트리트가 추억의 장소로 기억에 남아있다.

여름학기 미분적분학1

1학기를 이래저래 보내고, 듣지 못했던 미분적분학1 수업을 여름학기에 신청해서 수강했다.

그래도 1학기 초반까지 친구들이 보내준 자료로 삼각함수 역함수의 도함수 유도를 직접 손으로 써보고 했지만,

실제로 수업을 매일 듣고 시험을 보는 건 역시 더 어려웠다. 중간고사는 시험장을 나와보니 반타작 정도 한 느낌이었고...

그나마 친구가 보내준 미적분 기출 문제들이 힘이 되었다.

기말은 좀 더 쉬웠던 것 같은데, 한 문제만 빼고 다 손을 댈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못풀었던 문제가 1번 문제였는데, 개형을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y=x1+x2y=\frac{x}{1+x^2} 이었던 것 같다.

2022-06-28 2022-06-29 2022-06-30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교 입학 후 새로운 친구도 딱히 못 만들었는데 첫 여름학기부터 미적분 수업을 듣는 짓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Cubat

20살은 개발과 관련된 것들을 이것저것 관심가는대로 공부해보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스톱워치를 만들다보니 플러터 웹은 뭔가 불안정했고, 그래서 1학기가 끝났을 때부터 MERN 스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존에 만들고 있던 스톱워치를 리액트 & MongoDB로 다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깃허브도 처음 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방학부터 9월까지는 큐브 타이머를 발전시켜서 실시간 배틀, socket.io를 이용한 채팅 기능 등을 혼자 구현했다.

옛날에 있었던 TwistTheWeb이라는 웹사이트를 레퍼런스로 한 것이었다.

2022-08-28

밤새 코딩을 하며 socket.io로 여러 실시간 기능들을 구현한 후 잠깐 자고 일어나서 아침부터 바로 다시 코드를 보던 날,

나는 코딩을 밤새며 해도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온드림스쿨 다빈치교실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 여러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에도 도전하곤 했다.

두 개 정도 실패한 후 하반기에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에서 진행하는 교육봉사 활동에 지원해보기로 했다.

원래 겨울방학의 목표는 겨울학기 미분적분학2 수강이었는데, 다빈치교실 활동은 활동 시기가 1~2월이니 둘이 겹쳤다.

  • 하지만 만약 계획대로 하반기에 다중전공 신청에 합격한다면 미적분2는 이후 아무 때나 들어도 되고

  • 혹시나 다중전공에 불합격하면 미적2는 들어도 의미가 없으니

그냥 이번 겨울방학은 대외활동을 목표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다빈치교실에 지원했다.

2022-11-17 2022-11-18-1 2022-11-18-2

저 날은 다중전공 서류 제출을 하고, 바로 서울대입구로 가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서울대 공대 옥상에서 밤을 새자고 한 날이었다.

갑자기 63빌딩을 보여준대서 따라간 옥상 뷰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풍경이다.

근데 저날 밤을 새면서도 다들 졸려서 제대로 뭘 하지도 못했고

그날 밤을 샌 후 집에 갔다가 잠들고 제때 못 일어나서 오후 3시 수업을 지각했다.

뒤늦게나마 수업에 들어가서 결석이 아닌 지각이 되었고, 학교에 간 김에 저녁으로 학식이나 먹고 왔는데

마침 이날 학교가 조용하고 야경도 예뻐서 기분은 좋았다.

2022-11-18-3

이런 식으로 대외활동 지원 준비하다가 다음날 아침 9시 수업은 녹음만 해놓고 잠만 잘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다중전공 신청 반려

12월 2일, 교양 수업 강의실에 좀 일찍 도착했을 때 전과 신청 결과 메일이 도착했는데 결과는 반려였다.

1년 내내 다중전공 신청에 성공을 상정하고 계획해왔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되지...?' 싶었다.

하지만 당장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을테니, 일단 학점이나 잘 받아놓고 학기 마무리부터 잘 해놓으려 했고

그럼에도 정말 감이 하나도 안 잡혔다. 당장 입영부터 해야되나...? 가 제일 문제였다.

한편, 같은 시기에 온드림스쿨 다빈치교실은 최종 합격해서 친구들과 준비를 이어 나갔다.

기말고사

그 와중에 치렀던 1학년 2학기 기말은... 사실 별로 힘들 건 아니었는데, 시험 준비를 너무 미뤄서 힘들게 돼버렸다.

아침 9시마다 녹음만 해놨던 그 수업의 녹음들을 복습하며 밤을 새려다가 중간에 잠들어서 시험 전날의 아침에 일어나고,

오후 1시까지 모든 녹음을 1회청 했고, 이후 또 정신 못차리고 놀다가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마찬가지로 다음날 시험인) 마케팅 과목의 수업 내용들을 1회독 했다. 즉 이미 두 과목의 시험 당일 새벽이 되었다.

어차피 두 과목 모두 오픈북 또는 cheat sheet 허용이니, 밤을 마저 새면서 3시간 정도는 교수님이 주신 기출 문제 복습

이후 아침 9시까지 등교해서 시험 하나 응시, 그리고 오후에는 마케팅 과목 시험 응시.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한 직후 잠들어버려서 아침 7시 30분에 깼다. 식겁해서 이불에서 나오자마자 가방만 들고 뛰쳐나갔다.

시험을 보는 강의실로 도착한 후 기출 문제는 되는 데까지만 보고, 책에 인덱스 붙여도 된다는 걸 그때 깨달아서 서둘러 조금이나마 붙였다.

겨우 시험을 마치고 오후의 마케팅 과목 시험 전까지 (아마 경영관 2층에서) 복습을 좀 더 했다.

시험은 간단한 4?5?지선다를 거의 50문항쯤 푸는 거였는데, 확신이 서지 않는 문항들이 10문항 안쪽이었나..? 그랬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니 보이는 설경이 또 기분이 좋았다.

2022-12-08 2022-12-15 2022-12-16

이 시기의 학교 다니던 모습... 새벽같이 학교갈 때도 있고, 시험 전날에 갑자기 밤 새고, 도서관도 가고

그 다음날에 마지막 시험이 있었는데, 일단 자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서 시험 시간인 3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준비하다가 무난히 응시했다.

진짜 마지막이었던 기말 대체 과제도 한 개까지 제출한 후 종강 다음 날... 종강 하자마자 다음 학기엔 무슨 과목을 신청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냥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집 앞 스타벅스에서 아이패드로 교양 수업에서 한 학기동안 접한 내용들을 쭉 정리해보고, 또 갑자기 광화문 교보문고에 오랜만에 가보고 싶어져서 광화문에 다녀오고 그랬다.

전과 도전!

종강한 김에 본가(충주)로 내려갔고, 갑자기 대천으로 가족여행을 갈 거라고 하루 전에 듣게 되었다.

마침 그 1박 2일의 여행 중 1일차가 성적 입력 마감일이었고, 그날 밤 숙소에서 모든 성적을 확인했다.

그리고 12월 28일 누나와 서울로 상경하는 무궁화호 안에서, 문득 학교의 전과 제도가 떠올랐다.

우선 바로 에타에 검색해봤고, 어차피 내가 가고 싶은 학과는 올해 처음 전과 신청을 받으니 정보는 당연히 부족했다.

2022-12-28

하지만 '어차피 한 번 있는 기회인데 지원은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를 시작했다.

Decentralization

성인이 된 후 연말이 되면 티스토리 블로그에 그 해를 정리하는 글을 하나씩 써두기 시작했다.

20, 21, 22세의 연말은 모두 느낌이 제각각인데, 처음 성인이 된 2022년 연말의 나는 불만이 많았다.

무엇이든 스스로 공부해나가는 경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였고

한편으로는 마침 그때 다중전공 신청을 반려 당해서 더 예민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신으로 신뢰를 구현한 비트코인처럼 개인 단위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어쩌면 당시 스스로 공부하고 있던 내 상황을 합리화하고 싶었던 심리가 투영됐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20세의 키워드는 Decentralization이었다.

21살, 2학년: Risk-Aversive (2023)

전과 준비, 전과 면접

전과에는 성적증명서 및 '전과 학업계획서' 라는 서류를 써서 내야 했는데, 1월 중순까지는 그걸 준비할 시간이 었었다.

2023-01-10 2023-01-16 2023-01-18

마침 (입학 전에 다중전공 제도를 알려준 그 지인 선배를 통해) 데이터사이언스학부의 수업에서 어떤 과제를 했는지 들은 적이 있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거리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일단 한글로 쓰여진 논문 몇 편을 보면서 내가 어떤 걸 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그 다음에는 위키독스를 열심히 읽으며 cross entropy, DNN, RNN, LSTM 등의 개념들을 습득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해볼 수 있는 (특색이 있는) 데이터에 LSTM을 적용해서 예측 모델을 만들고 결과를 내봤다. 이에 대한 설명들과 정리된 결과를 포함해 학업계획서를 썼다.

저걸 했던 1월 초~중순은 정말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딱히 집 밖에 안 나가고 저것만 하는 날에는 폐인과 다름없기도 했고, 매일 밤 자려고 누우면 '전과도 반려되면 어떡하지? 경영 단일 전공으로 데이터사이언스로 대학원 갈 수는 있을까? 안되면 전문연도 안될텐데...'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들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냥, '내가 못 뽑히면 도대체 누가 뽑히겠냐' 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버텼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것저것 병행했는데, 특히 1월 19일에는 친구와 실감 인앱 결제 상품 출시를 준비하며 이용 약관 작성을 했다.

낮에는 이용 약관을 쓰고, 밤에는 슬랙 허들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했고, 이후 UI를 개발해나가는 친구를 실시간으로 구경하면서 새벽 6시까지 깨어있었다.

마침 그날 오전부터 친구들과 송도에 모여서 다빈치교실 활동 준비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밤을 샌 상태로 공항철도와 인천 2호선을 타고 송도에 갔다.

마침 송도에 갔을 때 친구가 내가 얼마 전 모델 학습시켰던 결과를 보고 "아 이진분류인데 40% 정확도라는 말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라고 해서, 송도에서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당시 사용 가능하던 데이터를 있는대로 다 긁어모아서 라벨링 노가다를 추가로 하고 다시 학습시켰다.

아무튼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학업계획서는 1월 25일에 제출했고, 그날 컴소로 전과 신청을 한 친구와 같이 행정팀에 방문한 후 점심으로 프랭크버거를 같이 먹었다.

제출 이틀 후에 교수님들과의 면접 단계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또 나는 스스로 궁지에 내몰렸다.

면접 전날에 온드림스쿨 준비를 위해 모였다가, 고등학교 동문 분들과 점심 먹을 자리가 있다고 해서 따라간 후 저녁 먹기 직전에 귀가해 오후 6시 반쯤 귀가했다.

그리고 실감 위클리를 새벽 1시 40분까지 하고, 새벽 3시까지 전과 면접의 인성 질문같은 것들 대비를 하다가 잤다.

그렇게 3시간쯤 자고, 면접 당일인 2023년 1월 27일이 되었다. 당일 아침 에타에서는 전과 면접이 걱정된다는 글들이 보였고, 데이터사이언스학부의 면접 대기장에 가보니 20명이 안되는 인원이 있었다. (세미) 정장을 입고 오신 분도 계셨는데 추후 그분과 1년쯤 학교 생활을 같이 했다.

그리고 면접 대기장에 마침 1년간 경영학부에서 두 번 팀플하며 친해진 형이 있길래 끝나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2023-01-28 2023-01-29

면접 후 2023년 1월 28일에는 음주를 즐기는 충주 친구들과, 29일은 고등학교에서 밥 천천히 먹던 친구들과 이틀 내내 놀았다.

차라리 전과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있어야 정신이 멀쩡하겠다는 생각이었다.

2023년 1월 30일. 오전에는 이사가는 집 전입신고를 하고 오후에는 어떤 무료 공유오피스 사용을 위한 인터뷰같은 게 있어서 스타벅스에 앉아있었다.

이 날이 전과 결과 발표날이었는데, 전과 신청 결재 메일을 확인하며 내 인생의 세 번째 챕터가 시작되었다.

목표 재정비

갑자기 내가 가장 원하던 분야가 주전공이 되어버려서 선택이 훨씬 수월해졌다.

이전에도 나는 (젊음이 가장 귀한 자산 중 하나이니) 빨리빨리 졸업하고 대학원 가고 경제활동을 시작하기를 원했는데

마침 전과도 성공해버렸으니 '지금의 전공으로 공대 대학원에 가는 게 가능한가?' 같은 고민은 이제 할 필요가 없었고

이전부터 바라던 무조건 칼졸업 후 대학원 진학, 석사 후 전문연구요원 복무라는 목표를 더욱 확고히 했다.

라는 생각을 하던 와중, 실감의 인앱결제 상품 출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2023-02-16-3

실감에 인앱결제 상품을 처음 출시하던 2023년 2월. 2022년이라고 잘못 쓴 실수는 우리 중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온드림스쿨 다빈치교실

2월 초에는 예정대로 다빈치교실 봉사활동을 하러 연천에 다녀왔다. 이건 그냥 한 마디로 재밌었다.

친구들과 함께이니 그냥ㅏ 다 재밌기도 하고, 만난 아이들도 착했고, (서울에 비하면) 광활한 자연을 보니 좋았다.

옛날 선비들은 이런 풍경을 보면서 감탄하고 시를 썼나 싶고, 수능 문학을 참 싫어했지만 공감이 될 듯 말 듯 했다.

2023-02-07 2023-02-09 2023-02-10

이게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 다녀온 첫 여행이었다.

전과 이후 첫 학기

전과 후 첫 학기가 시작됐다. 경영학부에서 데이터사이언스학부로 전공이 바뀌니 듣는 수업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2023-03-06 2023-04-10 2023-05-17

왼쪽부터 공업수학1, 머신러닝1, 확률통계론.

지난 학기에는 회계의이해, 마케팅관리 같은 수업을 들었는데, 이제는 공업수학, 머신러닝 등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특히 학과 방침상 매 학기 영어 전공 수업을 5~6개씩 들은 게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2023-03-24 2023-05-11 2023-06-08

전과를 했음에도 학교 생활의 모습은 비슷했다.

여전히 동아리같은 건 안 했고, 항상 학교 가서 수업 듣고 남는 시간에 복습하고 과제 하고...

매번 홈즈나 3열람실에 앉아있었다.

실감과 관련된 일들도 꾸준히 했는데, 어떤 날은 공업수학1 밤샘 과제 후 친구와 만나서 랩타임 기능을 마무리한 후 새벽에 자려고 눕자마자 설문을 만들자는 연락을 받고 다시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집중했던 주제는 트레이딩이었는데, 암호화폐 트레이딩을 위해 강화학습으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미디엄 글을 하나 찾아서 무작정 읽으며 파이토치도 처음 접했다.

이 때 쯤부터 코딩을 확실히 전보다 많이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내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어떤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지 점점 더 많이 알게 됐는데

똑똑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 주변의 이미 똑똑한 사람들을 따라잡으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환경의 변화

마침 전과 직후 들은 수업이 미국인 교수님이 진행하고 학생의 40%가 외국인인 수업이었는데, 덕분에 룩셈부르크, 독일,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학생들과 이야기해볼 기회가 있었다.

하루는 말레이시아 유학생들끼리 자취방에 모여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나와 당시 안면이 있던 룩셈부르크, 독일 교환학생 친구가 방문해 다같이 말레이시아 요리를 먹은 적도 있었다.

... 그리고 나 말고도 전과를 한 고등학교 친구가 있나 하다가 (고등학교 다닐 때 한 마디도 안 해본) 친구와 친해졌는데, 그 친구가 경금 부전공을 신청하면서 여름학기에 계량경제를 듣는다길래 그냥 나도 따라서 신청하고 수강했다. 계량경제라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건 들어본 상태였는데, 마침 수강할 기회가 바로 있다고 하니 그냥 들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2023-06-16

그렇게 전과 후 첫 팀플을 한국인 두 명 & 말레이시아 유학생 한 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완전히 영어로만 소통하며 해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여름학기 7학점 도전!

여름학기에는 원래 생각하고 있었던 미분적분학2와, 친구를 따라 들은 계량경제, 그리고 봉사활동 과목까지 해치웠다.

항상 아침 9시까지 산 꼭데기에 있는 자연과학관에 가서 미분적분학2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1시부터 4시까지 계량경제 수업을 들은 후, 바로 도서관으로 갔다. 이걸 매일 하면서 도서관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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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실에 계속 앉아있는 게 지겨우면 (온도가 30도인) 야외 테라스에 앉아있기도 했고, 중간고사가 끝난 날에는 저녁으로 피스타치오 크림빵을 먹었다. 밤에 귀가할 때가 참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봉사활동이 있어서 더 문제였다. 그래서 중간고사 직전에는 일단 도서관에서 밤을 새고, 새벽 5시 40분에 집 가는 버스를 타고, 3시간쯤 자고 사회봉사를 위해 아름다운 가게 가고, 4시간 정도 봉사활동 후에 다시 학교 도서관으로 갔다. (물론 그날은 주말이었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또 편의점(싸군)에서 참치김밥을 사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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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에 편의점에 가면 매대가 꽉꽉 차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다 기말고사 전날에는 학교에서 열심히 기출을 풀다가 그냥 백남학술정보관에서 밤을 새고 시험을 봤다.

자정까지 기출 문제들을 보다가 1층 소파에 잠깐 눕고, 그날 점심에 계량경제, 저녁에 미적분2 시험... 아직도 기억난다.

금융공학을 처음 접하다...?

(이 시점 이후에 들은 수업이지만) 머신러닝2 과목의 교수님께서 종강 전에 "방학은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분야에 깊게 파고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2023년 여름학기 직후가 나에게는 그랬다.

여름학기에 계량경제를 공부하며 접했던 DGP라는 키워드를 구글링하던 중에 BSM을 알게 됐던 것 같고, 그게 더 궁금해서 여름학기 이후 방학 기간동안 혼자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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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블로그들을 뒤지면서 혼자 도서관에 가서 이런 내용들을 접했다.

  • 옵션의 payoff와 기본적인 전략들, 풋콜패리티, BSM이 어떻게 열방정식 형태로 유도가 되는지

  • stochastic calculus라는 것의 존재

    • 직전 1학기에 미분방정식이 금융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막 영어로 대충 구글링하다가 stackexchange같은 사이트를 통해 GBM이라는 키워드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그게 연관이 됐다.
  • 상과(image) 역상(preimage) 같은 수학 공부할 때 필요한 것들

그렇게 금융공학이라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라는 곳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이때부터 막연히 꿈꾸기 시작했다.

미시경제1도 안 듣고 미시경제2를 신청하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2학년 2학기에는 경제금융학부 전공 과목들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들은 경제 과목은 계량경제 단 하나인 상태였다.

미시경제1을 듣지 않은 상태였지만 미시경제2를 신청했고, 진심으로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근데 진짜 힘들었다...

여름학기에 이어 또 매일 학교에 살다시피 했던 2학년 2학기의 화요일 일상은 대충 이랬다.

아침에 학교 와서 도서관에 있다가 9시 재무경제 수업 듣고, 10시 15분쯤 끝나면 다시 도서관 가고, 학식 먹고, 예습 복습 하다가 선형대수학 수업 듣고, 6시까지 경금관으로 이동해서 (밤) 9시까지 미시경제 수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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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수업 후에 도서관에 있다가 FTC로 이동해서 선형대수 수업을 듣고, 그 후에 다시 경제금융관에서 미시경제2 수업을 듣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었다. 물론 여러가지가 어렵긴 했지만 계속 공부를 하는 것 자체는 나의 적성에 나쁘지 않았다.

근데 힘들긴 확실히 힘들었던 것이, 특히 중간고사 전에, 미시경제의 위험 성향에 대한 연습문제들 풀면서 진짜 막막했다. 도서관에서 밤 10시쯤에 '나 진짜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 때 진짜 울고 싶었던 것 같다. 밤 11시에 집에 도착하면 그냥 씻고 자고 다시 학교 가고.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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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미시경제 흔적

생각해보면 미시경제의 연습문제들을 풀면서 왜 새로운 개념을 공부할 때 연습문제를 풀어보는 게 의미가 있는지 느꼈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는 그게 어떤 식으로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지, 어떻게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2024-06-03

그러다가 가끔 인문대 카페 앞에서 야경을 보면서 위안 삼고... 그랬다.

중간고사 직전, 그 와중에, 한 번은 갑자기 실감과 관련해서 다른 대표님께 보낼 메일 내용을 쓰고 며칠 후 온라인으로 커피챗을 하는 일도 있었다.

머신러닝2 과제

그 와중에 여러 과목들의 과제를 해치워야 했다. 특히 머신러닝2의 과제 3개는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데, 그중 첫 번째 과제는 주제가 kNN 모델이었고 마감이 미시경제 수업과 같은 요일이었다. 이걸 마감 당일 밤까지 작업하느라 미시경제 수업 도중에도 코랩을 돌리면서 결과물을 만들고, 밤 9시에 수업이 끝난 후 창가에 앉아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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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과제의 주제는 SVM이었는데, 핵심은 hinge loss를 직접 함수를 작성해서 구현하는 것이었다. 다만 잠깐 이걸 파이토치의 optimizer도 안 쓰고 from scratch로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결국엔 그건 사용 가능한 걸로 판명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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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쓴 리포트를 오랜만에 열어보면 좋은 점 중 하나는, GPT로 문장 수정을 하지 않던 시절에 영어를 얼마나 허접하게 썼는지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참에 한 번 optimizer 안 쓰고 하는 것도 도전해볼까 싶어서, 과제의 필수 요구사항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 앉아서 혼자 해봤다. (파이토치 사용한 버전은 미리 끝내둔 후...) 그러니까 대략

경사하강법을 쓰면 각 파라미터 wkw_k 를 업데이트하는 방법은 wk,new=wk,oldγLosswk,oldw_{k, \text{new}} = w_{k, \text{old}} - \gamma \frac{\partial Loss}{\partial w_{k, \text{old}}} 이고 SVM에서 손실 함수는 12w2\frac{1}{2}w^2 와 같이 생겼으니 이걸 미분하면 ww 이고 그걸 저기에 대입하면...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구현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정확도가 99% 이상 나왔던 것 같은데, 나중에 보니 코드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걸 알았고 그걸 고쳐서 다시 돌려보니 그냥 6~70%의 정확도였나...? 평범하게 돌아갔더랬다.


그리고 중간고사 이후에 세 번째 과제가 나타났다. 출처 불명의(?) 처음 보는 이미지들로 이미지 분류 모델을 만들어서 학생들끼리 캐글 competetion도 하고 리포트도 제출하는 그런 과제였고 이게 기말고사를 준비할 기간과 겹쳤다.

12월 4일은 (역시나 아침 9시 수업을 듣고 하루 종일 학교에 있으면서) 그 모델 학습을 열심히 시키던 날이었는데, 학교 컴퓨터로 코랩을 돌려놓은 채로 마인크래프트 OST를 들으며 지난 주의 미시경제 수업 복습을 하고(왜냐하면 이 다음 날이 미시경제 수업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 그러다가 코랩에 캡차가 나오면 바로 해주고...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점심은 신소재 학식을 먹었지만 저녁도 안 먹고 밤 9시까지 계속 그러고 있다가 코랩이 GPU 사용량 문제로 끊겨버려서 집에 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코랩을 열심히 돌리면서 밤 11시에 밥을 먹고, 그러면서 새벽 2시까지 미시경제 복습(Hidden Characteristic 등등)하면서 캡차를 해치우고... 했지만 그럼에도 코랩은 또 끊겼다.

이미 12월 5일이 되어있었던 이날 새벽의 목표는 그냥 밤을 새면서 코랩을 돌리고 결과 파일을 만들어놓은 후 학교에 다시 가서 또 9시 수업을 듣는 것이었지만, 계획을 접고 새벽 3시 반에 자서 4시간 자고 일어난 후 다시 학교로 향했다.

그러면서 5.5시간의 공강동안 또 코랩 돌리고, 미시경제 수업 예습 조금이라도 하고... 저 코랩 돌리기에 정신이 팔려서 하루종일 두유 하나만 먹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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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학생식당 라면을 먹고 오후 6시에 시작하는 이 미시경제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지만, 저런 이유 등으로 배가 고픈 날에는 에이드나 기타 먹을 거리를 사가서 먹은 후에 수업을 들을 때도 많았다.

어쨌든 세 번째 과제도 겨우겨우 잘 마쳤다. 이 과제를 하면서 CNN을 처음 써봤고, 파이토치의 DataLoader, Conv2d 등을 쓰는 법에 대해 하나하나 블로그를 찾아보면서 조합해서 겨우 모델을 만들었던 낭만의 시절(?)로 추억에 남아있다. (요즘은 언어모델로 딸깍이 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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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했던 loss curve의 모습

에타에서 알게 된 분들 전과를 도와드림

전과 성공 후 1년 정도는 에타에서 전과 관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쪽지로 도움을 주거나, 그중 한 분은 직접 만나서 썰을 들려드렸다. (그분은 결국 이후 같은 과가 되었다.)

그리고 기말고사 기간, 어느날 갑자기 쪽지로 도움을 요청하신 분과 학교에서 만났다.

이분은 내가 데이터사이언스학부이면서 아이패드에 '재무경제', '미시경제2' 수업 자료를 담아놓은 것만 보고도 "오 경제 과목들이... 혹시 퀀트같은 거 관심있으세요?" 라고 한 번에 알아채셨다.

경영학부였던 공감대가 있다보니 (안그래도 기말고사 준비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했지만) 거의 5~6시간 정도 얘기하다가 헤어졌다. (물론 헤어진 후 시험 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후 계속 연락을 하다가 비즈니스랩의 존재도 알게 되었는데, 이는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받게 된 결정적 도움이었다.

기말

2학년 2학기 기말도 레전드였다.

종강이 있는 주의 월요일(2023.12.18) 오후에 시험 하나 마치고, 밤 10시까지 (다음날에 있을) 선형대수 시험 준비를 하고 집에 간 후

다음날(2023.12.19 아마) 새벽에 밤을 새면서 다른 과목 Peer Review 과제를 위해 다른 팀의 리포트를 읽고...(물론 영어) 그러다가 아침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계획대로 8시~12시에 잠을 잔 후 점심에 일어나서 계속 선형대수와 미시경제2 시험 준비를 하고, 그 시험 두 개를 해치운 후에는 못다한 Peer Review를 마무리한 후 밤 9시에 눈을 뚫고 친구와 맥도날드에서 밥을 먹으며 (종강이 이틀 남았는데) 시험이 얼마나 남았냐는 친구의 물음에 답했다.

"시험 2개 퀴즈 1개 발표 1개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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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도 학교 도서관에 상주하다가 시험 시간이 오후 7시였던 시험 하나 보고, 그 다음날은 새벽에 놀아서 밤을 새면서 마지막 과목 시험 준비한 후 아침 6시부터 학교 도서관에 또 가고, 아침 9시에 시험 보고 오후에 마지막 과목 퀴즈 보고 발표하고 종강을 했다.

끝나자마자 바로 파티룸으로 이동해서 실감 유사 종무식 겸 밤샘도 하고, 밤샌 직후 집들렀을 때 잠들어서 밤샘 직후에 잡았던 약속 늦기도 하고

Risk Aversive

미시경제2에서 위험 성향에 대해 배우고 종강을 한 후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 해에에는 자주 밤을 새다가 다음날 약속을 말없이 한 시간 넘게 늦는 사고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

평소에 밤 새는 날을 줄여서 그럴 위험 자체를 줄이면,

공부하는 시간은 좀 줄어들더라도 삶의 전반적인 효용은 더 높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이를 반영하기로 했고, 그래서 이를 깨달았던 21세는 Risk-Aversive다.

22살, 3학년: Convergence in probability (2024)

적당한 집착

가족들로부터 별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다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고, 이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향이기도 하다.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 문득 혼자 '나중에 군대 갔을 때 휴가를 나오면 어떻게 집에 갈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했고 (군인이 대중교통 예매를 위해 돈을 쓸 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으므로)

  • 2013년 초 바운스볼에 맵을 만드는 기능이 나왔을 때 누나의 핸드폰으로 플레이하곤 했는데, 그때 나의 큰 관심사는 누나가 본가에 없을 때에도 바운스볼 PC버전으로 그걸 플레이할 수 있는지? 였다.

물론 이런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상상과 대비는 개발자의 필수 덕목이기도 하고 이런 성향이 과제의 완성도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서 학부 학점에도 도움이 됐으나

3학년쯤 되니 이제는 내가 원하는 목표(A+)에 필요한 만큼의 노력만 들이고, 남는 힘들 다른 일들에도 안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독학

그와 동시에, 2학년이 끝나고 나니 공부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겼다.

Gilbert Strang의 Linear Algebra and Learning from Data도 보고 싶어서 겨울방학동안 혼자 첫 챕터 정도를 읽었고,

UChicago의 한 교수님이 쓰신 Stochastic Calculus에 대한 책 pdf 파일같은 것도 혼자 읽으면서 블로그에 정리했다.

그렇게 스타벅스 장한평역점에서 혼자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좌절

그렇게 여러 자료들을 보고 구글링을 하는 나날을 보내다가, 국내 대학원생 분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대학원 수업의 후방확률미분방정식에 대한 필기 노트 자료를 보게 됐다.

이때 혼자 공부하려고 해가지고는 절대 끝이 안 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무언가 나보다 똑똑한 사람(교수님)의 디렉션이 반드시 필요함을 체감했다.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

또 비슷한 시기에, 올해는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걸 참 좋아했는데, 전과 후 혼자 학교 공부에 너무 빠져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전역한지 얼마 안 된 21학번 형들과 만나거나, 고등학교-대학교 동문회 오픈채팅방을 만드는 등 사람들과 더 만나기 시작했다.

원래는 대학원 진학 후 무조건 석사까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동문회 모임 자리에서는 자대 박사과정을 하시는 분을 만난 후 생각이 본격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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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시기에는 많은 친구들이 군 복무 중이었어서 만날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그래서 고등학교 미디작곡 동아리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 '말환잉'을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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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말환잉'에게 칸토어 대각선 정리를 소개했다가 그 이후로 도함수와 정적분의 정의 등 수학 개념을 이 친구에게 설명하면서 복습했다.

팀플

2024년에는 몇 가지 중요한 사건들의 시작이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3학년 1학기 수업에서 (전과 직후 학기에 팀플을 같이 했던) 말레이시아 친구가 팀플 할 사람 있냐고 물어보길래 (혼자 프로젝트를 해도 됐지만) ok했던 것이다.

그 다음 학기의 HCI 수업에서는 내가 먼저 팀플을 같이 하자고 했고, 다음 해에는 졸업프로젝트까지 같이 했다.

거의 2년 반동안 말레이시아 친구와 팀 프로젝트를 하며 영어로 소통하는 경험치에 큰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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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방정식 관련된 걸 해보고 싶어서 score-based diffusion을 주제로 삼았는데... 그보다 소스코드 읽는 능력을 더 키웠다. 이는 우연히 바로 다음 학기부터 시작한 GRF 관련 연구 보조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SURF

2024년에 발생한 중요한 사건 두 번째는 여름방학에 경제금융대학의 SURF에 참여한 것이었다.

3학년 1학기에 게임이론 수업을 들었는데(그 수업을 고른 이유는 후기 하나에 '수학 좋아하는 분들은 이거 들으세요' 라고 쓰여있었기 때문)

교수님께서 종강 후 SURF라는 것에 대한 공지를 올려주셨다.

여름 방학에만이라도 RA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닐까 싶어서 지원했고, 마침 1학기에 궁금은 했는데 시간이 겹쳐서 못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께서 RA를 모집하셨다.

결국 그 교수님의 RA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다른 지원자도 있었지만 운도 좀 따라서 내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여기서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일단 7월부터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두 가지 주제를 살펴보다가 8~9월쯤부터는 하나(GRF)에만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에 해당되는 논문을 열심히 읽었다.

2024-07-24

모델 구현에 필요한 목적함수의 구조에 대해 이해한 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그걸 파이썬 코드로 만들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방학 이후에도 이어서 이 활동을 하기로 했고,) 2학기부터는 (동일한 모델을 쓸 수 있는) 시중의 라이브러리와 내가 만든 모델의 결과를 비교하며 코드를 잘 짰는지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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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일한 데이터셋에 대해서 예측 결과를 내보면 값이 비슷하긴 한데 차이가 조금씩 나는 상황이었다.

(이후 반 년간 검증해보니 모델의 전반적인 계산 과정은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만큼 바로 됐던 것도 신기하다. 교수님의 도움은 있었지만 논문을 이해한 내용을 내 뇌피셜로 코드 써본 게 거의 한 번에 정답을 맞췄다는 건데...)

그래서 그 라이브러리를 클론한 후 실행 과정 중간중간에 print() 를 입력하며 부트스트랩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부트스트랩한 후에 몇 개의 데이터포인트를 샘플링하는지, 트리는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일일이 그려보면서 작동 과정을 파헤쳤다. 소스코드를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고 계산에 사용되는 수식도 논문에 있던 것과 모양이 좀 달라서, 마침 다가오던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다.

2024-09-16

그래서 본가에 내려가서 가족들은 전을 부치고 있을 때 나는 코드를 열심히 봤다.

거의 연휴 내내, 낮에는 어디 놀러갔다와도 새벽에는 자기 전에 코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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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서울로 올라왔을 때, 기존의 라이브러리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랜덤 포레스트로 다른 잡다한 일들을 하기도 했으나, 가장 주요한 일은 이것이었다.

이후 코드의 실행 속도를 위해 코드에 Cython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건 종강 후 하는 것으로 미뤘다.

비즈니스랩

2024년에 발생한 중요한 사건 세 번째는 여름방학부터 경영대학의 비즈니스랩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전과 도움을 받아가신 분(들 중 한 분)께서 알려주셨던 비즈니스랩에 지원해야겠다고 연초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다행히 계획대로 흘러갔다.

비즈니스랩 활동 기간에는 주어진 논문의 replication을 열심히 했고, 메인 게임은 여기서 만난 분들과 학기 종강 쯤부터 시작한 별도의 연구 주제였다.

기타 생활상

아무튼 3학년은 평화(?)로운 편이었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나보니 타종 소리 업데이트 관해서 급히 해놓은 추가 업데이트가 끝났다길래 아침 9시였던 HCI 수업 중 푸시알림 보내고 막 그랬지만

2학기에는 9시 등교를 주 4회씩 하고 24학점을 들었지만

2학년 때와는 다르게 아마 밤을 한 번도 새지 않고(!) 1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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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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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2학기쯤부터는 이런 느낌으로 소확행들을 가지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랩 내에서 내가 속했던 랩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줌미팅으로 랩미팅처럼 일주일간 한 일을 공유했는데, 그래서 매주 토요일 밤은 일주일이 마무리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토요일 밤마다 중랑천 수변1공원으로 산책을 거의 항상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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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취방부터 학교까지 편도 3km의 거리를 걸어서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처으로 들어서,

걸어서 하교를 하며 집 주변 여러 무인 가게들을 발굴하고 프레첼(과자)이나 컵라면을 사와서 먹는 그런 소확행이 있었다.

반 년 후 정말 힘들 때는 저 컵라면 바닥에 있는 응원이 도움이 될 지경이었다

2024-10-08

그리고 '말환잉'이 자취를 시작하여 자주 놀러갔다.

그냥 같이 있으면 뭐 특별한 일 안 해도 재밌는, 그런 친구의 중요성을 얼마 안 가 절감했다.

Convergence in probability

2024-10-24 2024-11-04 2024-11-11

비즈니스랩에 앉아있던 10~11월... 시간이 남을 때 혼자 OLS Estimator 관련 식들을 열심히 쓰면서 이해해본 적이 있다.

이건 그냥 비문인가? 시간이 남는데 유튜브를 보는 것도 아니고 웹툰을 보는 것도 아니고 왜 OLS Estimator를 유도하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

Biasedness, Consistency에 대해 더 이해하고 싶어서 열심히 생각하다가, 또 대학원 준비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도 들다가, 그런 생각들이 번갈아 드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통 대학교 1학년 1학기에 편제되어있는 미분적분학1의 기말고사 범위 내 여러 주제들 중 수열의 수렴 여부 판별이 있다.

내가 가고 있는 길도 갈팡질팡 헤매지 않고 수렴이 가능할지, 수렴한다면 지금 내가 바라는 목표에 맞게 수렴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열심히 공부하는 Biasedness와 Consistency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해서는 계산할 수 없다.

그저 나의 마음 속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선택하고,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 '2024: Convergence in probability' 중

목표점이 있었고 그에 향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결국 특정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불가능함이 느껴졌다.

그저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22세는 Convergence in probability 이다.

23살, 4학년: 변화, 도전, 우연 (2025)

4학년이 되던 2025년의 첫 4개월을 장식한 메인 이슈 두 가지는 SURF에서 이어진 Quantile GRF와 비즈니스랩에서 이어진 실험 진행이었다.

Quantile GRF

우선 Quantile GRF는 추석에 혼자 코드 읽으면서 3학년 2학기 내내 진행했던 그것이었다.

3학년 2학기에 기존 라이브러리의 소스코드를 대강 읽음으로써 Random Forest가 어떻게 구현되어있는지 작동 과정을 다 파헤치는 건 마쳤고, 그걸 파이썬 코드로 동일하게 모방해둔 상태였다.

겨울방학부터는 그 코드에 Cython을 일부 적용시켜 속도 향상을 시키고자 했다.

연구가 다 그러하겠지만 이 주제를 주신 교수님께서 아주 거시적인 가이드만 몇 개 주셔서 난관이 많았다.

  1. 논문 이해하는 것을 도와줄테니 이걸 나중엔 코드로 작성해야 한다

  2. 이걸 파이썬으로 구현해놓은 코드가 있을 것이다. 그것과 예측값이 비슷하게 나오도록 해봐라

  3. 이제 그 코드의 이 함수에 이 식을 적용시켜야 한다

이게 가장 메인이 된 교수님의 지시들이었고, 그 외에도, 이런 일들을 알아서 해야 했다:

  • 코드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3학년 2학기에 Cython이라는 언어를 처음 써보기 시작했다. 친구들한테 '대체 nogil이 뭐냐??' 같은 것들을 물어보면서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이해를 하려 노력했다. (코드는 완성할 수 있어도 그게 뭔지 하나하나 다 이해하면서 작업한 것은 아니었다.)

  • 시중에 있는 라이브러리는 하나의 클래스로 정말 다양한 경우에 대해 일반화가 돼있어서, 그중 딱 하나의 내가 필요로 하는 상황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 (회귀분석의) 계산 과정이 그 시중의 라이브러리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게 맞는지 열심히 검증했다. 그런데 OLS estimator 계산이 학부에서 배웠던 것과는 과정은 뭔가 달랐는데, 소스코드를 열심히 따라가면서 읽고 손으로 식을 풀어보니 결국 결과는 동일했다.

2025-03-02

TT2\overline{T} - \overline{T}^2 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후 약간의 코드 추가를 통해 이 연구에 필요한 코드 기반은 3월 중반쯤에 대강 완성됐는데, 다만 실험 결과가 불안정해서 4월부터는 잠시 중단됐다.

Basis Momentum

2025-02-04

2025년 상반기를 갈아넣었던 또 하나의 주제는 비즈니스랩 이후에 진행된 Basis Momentum 관련 실험이었다.

2월 정도에 본격적으로 선행연구 논문 첫 번째 표를 replicate 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게 제대로 안 돼서 2월 내내 원자재 선물 가격 데이터 전처리만 뱅글뱅글 맴돌았다.

그렇게 아무 진척 없이 개강을 하고, 겨우 문제가 되던 부분을 알게 돼서 이후 3월 내내 모델링을 했다.

뭐든 daily로 다루면 못할 짓이 된다는 것을 삽질 해보며 다시 깨닫고... 그런 일들이 있었다.

2025-03-26 2025-04-24 2025-09-24

수업을 들은 후 주로 인문대 카페에 가서 작업을 했다. 가장 오른쪽은 막학기에 재현한 사진.

계속 수업 후 인문대 카페에 혼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샷추를 마시며 엑셀을 열고, 캐글에서 코드를 돌리고, ...의 반복이었다. 처음 모델 코드를 작성할 때는 계속 잔실수가 들어가서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어떨 때는 일주일 동안 아무도 안 만나다가 다음 일주일은 매일 누구를 만나기도 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였다.

어쨌든 코드가 완성은 돼서 4월에는 여러 모델들을 시도해보고 실험 결과들을 정리했다.

이 연구 중,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역시 4월에 있었다.

안 그래도 이 시기는 학교에서 피드백을 받기 위해 매주 화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수업을 듣고 밤 9시까지 기다리는 생활을 몇 주간 하고 있었다.

이 실험이 동반되는 논문 원고 마감이 대학원 입시 전에 마감이 돼서 포트폴리오로 제출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계속 끝이 나지 않았고, 언제나 실험 결과를 내가 잘 내지 못하면 그 누구도 나 대신 돌파구를 찾아줄 수는 없는 상황이 부담으로 항상 다가왔다.

그럼에도 이게 잘 끝나지 못해서 대학원 입시에 문제가 생기면 대학원, 병역, 구직 등등이 모두 한 번에 문제로 나를 덮칠테니 실험이 잘 안 된다고 해서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하루는 평소처럼 교내 (이날은 사이버대) 카페에 앉아있었는데, 여전히 실험 결과는 잘 나오지 않고 그러니 손에 잡히지도 않고 돌파구도 보이지 않아서 멍하니 노트북만 보고 앉아있었다.

그때 '오늘 집에 들어가서 혼자 있으면 제정신으로 못 돌아오겠구나' 하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이날 바로 '말환잉'에게 연락해서 번개로 삼성에 가서 부대찌개를 같이 먹고, 마침 그때 관세 이슈로 미국 주식들이 폭락하고 있어서 토스 증권 초기 설정을 하며 힘듦을 잊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친구의 중요성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 후부터는 마무리가 되어가는 추세로 전환되었다.

2025-04-07

어찌저찌 5월이 될 쯤 마감이 되어 투고가 끝났다.

'말환잉'도 당시 나와의 카톡들은 다 레전드였다고 말한다.

어떤 한 가지 일에 물리적인 시간을 많이 쓴 건 고3 때가 더했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로는 이 때가 더 심각했다.

그래도 어떻게 투고를 했고, 수강하던 과목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잘 넘겼다.

위상수학

2025-04-22

위 두 가지 이슈로 갈려나가던 와중에 또다른 도전을 시작했으니, 바로 수학과 3학년 전공 수업인 위상수학1을 수강한 것이었다.

**'낭만있게 수학과 수업 듣기'**를 졸업 전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4학년 1학기 수강신청 때 학점이 좀 널널한 걸 보고 때가 왔다 싶었다.

Syllabus의 목차를 보니까 또 뭔가 들어본 단어들도 몇 개 보이고, 자리도 남아있고 해서 신청을 했다.

사진은 중간고사 전날 모습이다.

음주 시작

2025-05-01-1 2025-05-01-2

투고를 끝낸 후에는 축하의 의미로 인생 첫 술을 마셨다.

('논문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술을 마시기 시작했냐'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사실 그런 이유로 음주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음주를 시작하기에 `적당한 빌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토익

이 정신없던 시기가 지나간 직후 있었던 한 가지 이벤트는 토익이었다.

카이스트 대학원 응시를 위해 공인영어시험 점수가 필요했는데, 가장 간단한 것이 토익이니 미루고 미루다가 접수를 했다. 시험 준비는 더더욱 미루다가 시험일 이틀 전부터 시작했다.

토익 공식 사이트에서 최근 기출 몇 회분의 문제 전체가 올라와있는 걸 찾아서 가장 최근 1회분만 쭉 봤고, 유튜브에서 토익 문법 문제 모음 영상 같은 것도 좀 보다가 응시했다.

평소 강의 자료나 교재 번역본 안 보기, 말레이시아 친구와의 팀플 3회, NBA 포스트게임 인터뷰 시청, GPT 영어로 쓰기 등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적성

고등학생일 때는 내 적성이 창업인줄 알았는데, 학부를 7학기 정도 다녀보니 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 무언가에 높은 수준으로 깊게 몰입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창업이 아니라 연구에 더 끌리는 것 같고... 라는 생각이 4학년 1학기 위상수학1 기말고사가 끝난 후 집 앞을 걷다가 들었다.

그리고 2월과 3월에 교수님 한 분씩을 찾아뵀는데, 해외 대학원에 대한 고민과 대학원 생활 등에 대한 질문들을 했다.

결국 나의 선호와 적성에는 국내 대학원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유지했다. 내가 세계적인 scholar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하니까.

영어

데이터사이언스학부로 전과한 이후 5학기 정도를 다니면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고 발전을 많이 한 것 중 하나가 영어였다.

말레이시아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에는 사소한 것(한국의 전통음식 등)도 대화주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뭔가 같은 말도 영어로 하면 모국어로 할 때보다 뭔가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에 재미가 있었다.

물론 말레이시아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고,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나도 몰랐다.

카이스트 원서접수 준비가 한창이던 6월 말~7월 초에는 유튜브에서 영어 콘텐츠도 좀 더 보곤 했다. 옛날 다큐들 중 가장 좋아하는 Big Bigger Biggest, 우주 관련 영상, 그리고 한동안 안보던 ft 기사도 다시 하루에 한 개 정도씩 읽기 시작했는데 한 달도 못 갔다.

다큐 보는 건 원래도 적성에 맞았는데, 한국어로 없는 내용의 다큐(유튜브에 있는 제임스웹 영상이나 보이저호 고친 썰 같은...)를 보면 더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고

나아가서 영어로 된 걸 이해하려 (한국어보다) 좀 더 노력이 필요한 그 과정 자체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학부 과정 중에 영전 수업을 많이 듣기도 했지만, '어차피 나중에 연구자가 되면 다 영어로 봐야 할테니까 지금 미리 연습한다 생각하고...' 라 생각하며 계속 영어 자료들을 번역본 없이, 가능할 때에는 블로그들도 안보면서 공부하려고 한 게 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 영어 자료만 보고 뭔가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는 게 가장 큰 쾌감이었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에서 영어 수업을 20개 이상 수강한 상태였고, 다른 친구들을 구경할 때에는 '수업을 한국어로 듣는다고...?', '과제를 한글로 써서 낸다고...?', '강의 자료가 한글로 돼있다고...?'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지원

4학년 1학기가 끝난 후에는 별다른 할 일은 없었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원서만 잘 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혼자 열심히 프린트카페와 피씨방, 우체국을 왔다갔다하며 서류를 잘 제출했다.

이후 1차 합격 발표를 확인하는 것도 조금 긴장이 됐다.

그때가 목요일이었는데 면접 일자는 바로 다음 주 월요일이었고, 이는 정장 대여 후 면접 직후 반납하기에도 최적의 일정이었다.

면접 당일

2025-08-11

핸드폰 2개와 아이패드까지 써서 알람을 5개 정도 맞춰놓고 잤는데 그 모든 알람보다 일찍, 새벽 5시가 되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당연히) 준비를 다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55 연습도 좀 하고 그랬는데

문득 내가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놨던 알파고 다큐멘터리 속 Demis Hassabis와 David Silver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닮고 싶은 이들의 모습을 마음에 품고, 내가 동경하던 길을 걷기 위한 첫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 체감됐다.

대학원 면접 이후

기가 막히게 면접 직후 실감 일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면접 다음 날부터 합격 발표까지 계속 실감 일에 치이며 살았다.

면접 바로 다음 날에도 카페에 들어가서 실감 일을 가볍게 시작했다가 6시간 동안 나오지 못했다.

카이스트 대학원 면접 후에는 서울대 대학원 지원에 필요한 텝스 또는 토플, 그리고 지필 시험 범위 복습 등을 해야겠거니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냥 실감이었다.

(좀 쉬다보니 다시 그런 입시에 필요한 일들을 하기가 싫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상황은 정말 도박이 되었다. 합격한다면 면접 직후부터 입시 외의 다른 일들에 시간을 갈아넣어서 효율을 극대화한 것 vs 불합격한다면 그냥 비상사태

정말 'Get accepted or Die' 인 상황으로, 또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게 되었다.

합격 당일

get_accepted_or_die

합격자 발표날 아침에 '말환잉'과 이런 대화가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것이 23살 나의 심정을 요약해주는 대화인 것 같다.

합격 발표 당일 오전, 혹시나 떨어지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저 질문에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불합격 시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을 하나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불합격 이후에 대한 건 너무 생각이 많아지는 주제이니 어떤 답을 해야 할까 하다가 딱 하나 떠오른 말이 저거였다.

죽어야죠

좋게 말하면 배수진의 절박한 마음가짐이고, 나쁘게 말하면 올 한 해 내내 극도로 예민한 high-functioning 소시오패스 상태였던 나의 모습이 저 짧은 대화에 요약되어 있다.

아무튼 합격 발표는 오후 2시였고, 그 요일에는 오후 2시 30분까지인 수업이 있었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계획대로 수업 후에 사이버대 카페로 가서 말레이시아 친구를 또 만나 리액션 비디오 촬영을 부탁하며 합격 결과를 확인했다.

그런데 정말 실감이 안났다.

'와... 진짜 된 거네?' 정도의 생각만 들었다.

어쨌든, 내 인생의 네 번째 챕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마침 그날 오후의 테니스 수업이 휴강이어서, 평소에 학교를 정말 자주 같이 다녔던 친구와 저녁을 먹고 부엉이산장에 갔다. 얘기 주제는 그냥 평소와 같았다.

그리고 평소처럼 집까지 3km를 걸어가며 합격 후에 꼭 듣고 싶었던 곡들(AEAO, 시차)을 들었다. 5월에 이런 스크린샷을 저장해놓고 '말환잉'에게 자주 언급했기 때문이다.

2025-05-19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전 하리보 해피콜라 사우어 한 봉지를 사고,

작년 비즈니스랩 할 때부터 좋을 때든 힘들 때든 많이 봤던 풍경인 중랑천 수변공원에 서서 젤리를 먹으며,

한양대학교 1학년 당시의 추억이 있는 여러 곡들을 들었다.

근데 잘 합격해놓고 그 다음날 아침에는 실수로 바디워시로 머리를 감았다.

뒤로 걸어도 가시밭길

뒤로 걷는 꽃길이라고 느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우연과 실력이 만날 때까지

될 일이라면 뭔가 딱딱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학부 생활 내내 그랬다.

내가 2학년이 되기 직전에 데이터사이언스학부에서 마침 전과 모집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고, 전과 관련 정보 공유를 위해 만난 분께서 도리어 내게 프로젝트 학기 수업을 알려주셨고, 그 프로젝트 학기 수업에서 마침 내가 가고 싶은 대학원 합격하신 분을 만났고, 또 그곳에서 마침 어떤 연구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리드해주실 수 있는 분을 만났고, 마침 그 주제는 내가 실험을 다 수행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2학년이 되기 전에 전과, 3학년 1학기까지는 학교 수업들에 집중, 3학년 2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연구 참여에 매진해서 논문 하나와 추천서 하나를 얻고, 그걸로 대학원에 지원 후 바로 합격까지.

돌아보면 마치 모든 것을 계획해놓고 실행한 듯 딱딱 들어맞지만, 사실 단 하나도 계획했던 것은 없다.

기가 막히게 운이 좋았던 지점도 많았지만, 그 무엇도 쉽게 날로 먹은 건 없었고, 저 중에 미래가 보장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아래와 정확히 반대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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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응시했던 2022학년도 수능 후에 올라왔던 수능 국어 강사 피램 선생님의 글 마지막 문단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나도 그냥 내가 바라는 것을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 뭘 해야 할지 생각해보고,

실제로 어떤 활동을 할지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하고,

그 선택들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 이게 학부 생활의 전부였다.

2025-04-22

변하지 않는 것

돌아보면 내가 대학생일 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포함해 여러가지를 실제로 이루어 냈다.

  • 학부연구생(RA)
  • 논문 투고에 참여해보기
  • 외국인 친구 만들기
  • 가고 싶은 대학원으로 진학하기
  • 사이드 프로젝트 및 창업
  • 조교 업무 경험

모든 일에 우연도 적잖이 맞아 떨어졌지만, 그에 이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된 핵심 요인 몇 가지는 있었다.

  1. 일단 될 때까지 물고 늘어졌던 경험은 결정적인 도움이 되곤 했다.

내가 성인이 된 후 알게 됐던 굿피플에서도 그랬다.

"내가 남들이 잠든 시간 난방이 꺼진 사무실에 남아 조그마한 열풍기를 쬐며 컵라면을 먹으며 답이 보이지 않는 그 순간들을 견디지 않고 포기했다면 그 간단한 답이라도 얻을 수 있얼을까?"

"다른 인턴들과 이야기해보니 의외로 내가 생각했던 해답은 손쉽게들 생각해냈던 것 같지만, 누구에게는 쉬운 해답이더라도 나는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게는 그렇게 해서 찾았던 그때그때의 해결책, 해답, 결과보다는 무던히 포기하지 않고 견디고 견뎠던 그 시간들이 변함없는 단 하나의 해답이었던 것이다."

특히 내가 참여한 연구 두 건 모두, 다 때려치고 싶은 순간들을 수십, 수백 번 넘기고 나니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이 'If you don’t quit, you can’t fail.' 그 자체였다.


  1. 요행을 바라지 않기

대충 적당히 하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지식에 구멍이 생겨서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

지금 잘 모르겠는 이 개념에 꽂혀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3~4시간이 사라져도, 오히려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유튜브 영상들 중에 딥러닝 관련 영상같은 게 보이면 '나중에 봐야지~' 하고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둘 때가 많았는데,

그러고 나면 보통 수 개월 후에 보거나 영영 안 보는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그런 영상이 눈에 띌 때마다 한 시간 정도씩 투자해서 시청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1. 시간 투입의 중요성.

나폴리 맛피아가 남들보다 일찍 성공하는 방법은 남들보다 3배 일하는 것밖에 없다고 했고, 20대 때 굴러야 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주변에 내 또래이면서 프로그래밍 잘 하는 친구들은 그냥 성인이 되기 전부터 엄청나게 많은 삽질을 경험했다.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성인이 된 이후부터라도 많은 시간들을 시행착오에 투입하려 했다. 그래서 대학교 친구가 거의 없다.



그리고 주요한 원동력의 원천 중 하나는, 여러 불만들이었다.

Rohann

후배들에게도 '내가 더 잘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는 무조건 그 일을 직접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건 사실일 가능성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나는 4학년 1학기쯤 되었을 때에 '내가 어떻게든 연구를 주도하는 입장이 되고 말아야겠다'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4-2: 사람같이 살기

대학교 입학 이후 취미와 노는 시간들을 무조건 최소화해야 할 것들로 생각한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2학년 1학기까지의 나와는 다르게, 어느 순간 친구들 생일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뭘 보낸 적이 없는 나 자신을 4학년 여름 쯤에 발견했다.

평소에도 친구들과 밥먹고 모각코 같은 건 많이 했지만, 무언가를 같이 하면서 놀기 위해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오히려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었다.

그냥 좋아하는 메뉴 여러 번 사먹으면서 취향을 찾고(서브웨이, 스페셜티 커피, 칵테일 등등), 특별히 할 일 없는 날에는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고,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사실 하나하나가 뭔가 시간을 엄청나게 써야 하는 취미도 아닌데, 성인이 된 후로는 줄곧 '그런 거 할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저런 일들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어차피 매일 집중해서 일을 할 수는 없는 건데 효율은 효율대로 떨어지고 제대로 쉬지도 않는 비효율만 야기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별 일이 없으면 매일 공부나 일을 했고, 슬랙은 언제든 보려고 알람을 항상 받았는데

생각해보면 아예 쉬어버리는 요일도 매주 하루 정해두고, 슬랙 알람도 안 받는 시간을 늘렸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총량은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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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주말에도 항상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살고 싶었다.

주말이 되면 집 안에 누워서 별 거 안하고 핸드폰이나 보다가 일어나서 집 청소나 하고 밥이나 먹고 다시 잠드는.

기타 막학기 일상

막학기에는 조교로 들어가는 1학년 수업이 있어서 월요일마다 아침 8시까지 학교에 가야 했다.

12시 전후로 수업이 끝난 후에는 날씨가 좋으면 뚝섬역까지 걸어가서 한강 앞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또는 스타벅스로 이동해서 할 일들 또는 졸업 프로젝트를 하다가 '말환잉'과 저녁을 먹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전에도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막학기에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제 다들 옛날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먼저 연락해줘서 고맙다' 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이 능력치를 앞으로도 잘 활용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여러 잡다한 지식들도 채웠다. 특히 거시경제에 관해서는 수업도 안 들었어서 무지했고, 그에 앞서

  • 요즘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 평상시에 한 국가의 실업률이 몇% 정도인지
  • 주식과 채권, 금리 등의 관계나 서로 헷징되는 관계 등

이런 것들에도 무지해서 모르던 것들을 좀 채웠다.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까... 하다가 일단은 슈카월드코믹스 영상들을 몇 개 정주행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지내다가, 대학원 신입생 행사 뒷풀이 자리에서 주임 교수님의 앞에 앉아서

'우리는 애초에 우리나라 안에서만 경쟁할 생각이 없다' 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을 때

내가 선택한 길이 비로소 실감나기 시작했다.

Trade off

목표하던 대로 많은 것을 이뤘으니 이제는 마음이 조금 더 편하지만, 이는 순전히 내가 여러 성취들을 이루어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그간 내가 보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던 것들도 많을 것이고, 뒤늦게 그에 대한 아쉬움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세상만사에 trade-off가 있는 것이니 내가 얻은 결과에 만족한다.

반대로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 '왜 그렇게 혼자 부담감을 가지냐', '좀 더 대충 살아도 된다'는 말들에 휘둘리며 애매하게 행동했다면

그랬다가 잘 풀리지 않았다면, 나는 나대로 힘들고 나에게 참견을 했던 사람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테니,

그래서 나는 무조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했고, 그 결과 얻을 것을 얻고 잃을 것을 잃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은 아프지도 않고 청춘도 아닌 사람이 한다.

고의든 아니든 세상에는 조언과 무책임 사이의 애매한 무언가도 많다. 나는 차라리 내 마음이 가는 대로만 선택했다.

적어도 Efficient Frontier 위의 한 점에는 도달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내가 여러 성취에만 몰두하며 주변에 소홀했던 그 시간들에 대해서 '삶에 그런 시기도 있는 거지' 라고 말해준 사람들이 고마웠다.

학부는 끝났고, 이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기대된다.

매주 월요일 아침 8시까지 학교에 가고 졸업 프로젝트에 치이며 막학기도 정신없게 지내느라 학부 생활의 끝이 다가온다는 게 실감나진 않았지만, 결국 그 끝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는 4년간 찍어놓긴 했는데 지우긴 아깝고 딱히 쓸 곳은 없었던 사진들과 함께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여러 quote들을 나열하며 마쳐야겠다.

2023-10-11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 허준이

2025-11-18-1
Ideas don’t come out fully formed, they only become clearer as you work on them. You just have to get started.
- Mark Zuckerberg

2025-11-18-2
Work hard, be kind, and amazing things will happen.
- Conan O'Brien

2025-11-18-2
Work super hard.
- Elon Musk

2024-11-19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파헤치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남들이 한 달을 붙잡고 있을 일도 나에게는 한 번의 주말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오늘이 바로 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심히 노세요.

지금도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 Lacri

2023-07-26-2
일체유심조

the_real_cost_of_launching_a_startup
상상력의 한계가 그 사람의 한계가 된다

inside_our_startup
Help will always be given at Hogwarts to those who ask for it
- Albus Dumbldore

2025-11-11
Brave doesn't mean you're not scared. It means you go on even though you're scared.



2025.12.24 2025.12.26 2025.12.31 2026.01.03